얼음정수기 특허권을 둘러싼 청호나이스와 코웨이의 소송은 2014년 4월 제기돼 2025년 5월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되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청호나이스는 자사가 보유한 얼음정수기 특허를 코웨이가 침해했다며 1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015년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청호나이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22년 7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집혔고, 대법원은 2025년 5월 상고를 기각하며 항소심 판단을 확정했다. 1심 판결 이후 항소심 결론이 나기까지만 7년이 걸린 장기 분쟁이었다.

무효심판과 정정심판, 권리범위를 좁힌 공방
소송 과정에서 코웨이는 청호나이스의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청호나이스는 특허의 청구범위를 정정하는 정정심판으로 대응했고, 코웨이는 다시 정정무효심판을 제기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청호나이스의 특허 청구범위는 점차 축소됐고, 결과적으로 코웨이의 제품이 침해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범위 자체가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분쟁의 핵심 쟁점은 균등침해 판단 기준이었다. 특허 문언 그대로는 일치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내는 구성이면 침해로 볼 수 있는지가 다퉈졌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는 데 있어 1심과 상급심의 판단이 갈렸다. 1심은 균등침해를 인정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정정으로 좁아진 청구범위를 근거로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허법인 린 장영태 대표변리사는 이번 사례를 두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실제 분쟁에서 사업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단일 특허의 취약성, 포트폴리오로 보완해야
장 변리사는 이번 소송이 단일 특허에 권리 행사를 의존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무효심판과 정정 과정을 거치는 동안 권리범위가 계속 축소돼, 처음 소송을 제기할 때 주장했던 침해 논리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허 한 건에 사업 보호를 의존할 경우 상대방의 무효 공격에 따라 권리범위가 흔들릴 수 있고, 그 결과 소송의 결론까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제품의 원리, 구성, 부품, 제조 공정, 대체 구조 등을 각각 별도의 특허로 다각도로 보호하면 경쟁사가 하나의 특허를 무효화하더라도 나머지 특허로 권리를 방어할 수 있다. 여러 건의 특허가 얽혀 있으면 경쟁사 입장에서는 대응 부담이 커지고, 이는 협상 국면에서 특허권자의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장 변리사의 설명이다.
서울반도체 사례가 보여주는 다건 특허 전략
장 변리사는 참고 사례로 서울반도체를 들었다. 서울반도체는 최근 20년간 8개국에서 특허소송을 진행하며 100여 건의 승소 기록을 쌓았는데, 이 과정에서 처음부터 보유한 모든 특허를 동원한 것이 아니라 소송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선별한 10여 건의 특허 중 2~3건만 먼저 제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머지 특허는 이후 단계에서 순차적으로 활용하며 소송을 장기적으로 운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방식은 상대방이 초반에 대응 전략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소송이 길어질수록 추가로 제기될 수 있는 특허가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 변리사는 자원이 제한된 스타트업일수록 단일 특허에 집중하기 쉽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을 보호하려면 처음부터 포트폴리오 설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호나이스와 코웨이의 11년 분쟁은 특허 한 건으로 승부를 보려 한 전략이 결국 최종심에서 뒤집힐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