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가가 2021년 확보한 식물성 콜라겐 제조 기술과 원물 특허를 발판 삼아 소재 라이선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하경수 로가 공동대표는 히비스커스 부산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콜라겐 펩타이드 ‘VC-H1’의 제조 기술과 원물에 관한 권리를 2021년 확보했고, 이 특허를 기반으로 소재를 직접 개발해 다른 브랜드에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로가는 2017년 라오스 유기농 농장에서 히비스커스 재배를 시작했고, 2019년 식물성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2년간의 연구를 거쳐 2021년 특허를 취득했다. 이 성과는 2022년 프랑스 시알 파리(SIAL Paris)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원료 부문 그랑프리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고, 2025년에는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2026년 5월에는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특허, 원물 재배부터 시작된 권리
로가가 확보한 특허는 단순히 성분 하나를 분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원물 재배 단계부터 관리한 결과물이다. 하 대표는 “좋은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합니다. 바이오 소재도 같습니다. 산업의 효율성만 따지면 직접 농사를 짓는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원물과 공급망을 직접 관리해야 기술과 품질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게 제 안에 남아 있는 농사꾼의 기질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접근은 그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하 대표는 “아버지가 말한 농사의 공식이 있습니다. 한 번 잘되면 다음에는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농사는 날씨와 자연이 결정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다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덜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청주 제1공장과 건설 중인 세종 제2공장은 이렇게 확보한 원물과 제조 기술을 실제 생산으로 연결하는 거점이다.

특허가 라이선싱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로
로가는 확보한 원물·제조 특허를 바탕으로 자체 연구소가 없는 브랜드에 소재를 공급하는 라이선싱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하 대표는 “아무리 작은 브랜드도 자신만의 콘셉트와 원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R&D는 대기업의 전유물에 가까웠어요. 자체 연구소가 없는 브랜드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원료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실을 제공하고 싶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 모델은 하 대표가 SK플래닛, 11번가, 쿠팡 등 커머스 업계에서 쌓은 경험, 그리고 파머스라운지·한국시계병원이라는 두 번의 사업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는 “애플리케이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여러 사업을 거치고 나니 제가 가장 오래 봤고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분야가 농업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어요. 농업이 가진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원물이 가진 가치에 비해 생산자가 얻는 부가가치가 낮다는 문제의식이 소재를 직접 개발해 라이선싱하는 사업 구조로 이어진 셈이다.

B2B 라이선싱에서 소비자 접점으로
로가는 현재 기술과 생산 능력, 신뢰를 쌓는 단계로 보고 B2B 고객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하 대표는 “지금은 기술과 생산 능력, 신뢰를 더 쌓아야 하므로 B2B 고객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자체 R&D를 주도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회사는 2025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데모데이에서 기술과 사업 계획을 소개하며 글로벌 원료 유통 계획을 알렸고, CES 2027 혁신상 출품도 준비하고 있다. 하 대표는 “로가가 식물성 콜라겐 회사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그게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히비스커스에서 확인한 기술을 다른 천연물에 적용하고, 각 소재에서 더 신뢰도 높은 유효 성분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의 로가입니다”라고 말했다.

2021년 확보한 특허가 소재 라이선싱이라는 사업 구조로 이어지면서, 로가는 자체 연구소가 없는 작은 브랜드에 원료 개발 역량을 제공하는 위치를 다져가고 있다. 하 대표는 “로가가 식물성 콜라겐 회사로 출발한 것은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회사가 좋다고 주장하는 제품보다 본인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B2B 라이선싱으로 쌓은 기술과 데이터가 향후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확장되는 흐름이 로가가 그리는 다음 단계다.